김연수 작가를 만나다.
미은이와 송정에 있는 쿠무다라는 북까페에서 열린 김연수 작가의 북콘서트에 갔다. 이건 아주 우연히 생긴 일이고 큰 행운이었다. 일주일 전 미은이가 "송정집"이라는 곳에 식사를 하러 가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죽을때까지 몰랐을 수도 있을 일이었다. 그저 어느 북카페에서 이뤄진 최소규모의 북콘서트일 뿐이었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읽게 된 것 역시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누구의 소개나 추천도 없이, 그저 책방에 들러 이리저리 책구경을 하다 한 소설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빨간 바탕에 에곤쉴레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에곤쉴레나 구스타프 클림트 역시 미은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책이 <밤은 노래한다>이고, 그 때가 2009년 6월 18일이었다. 그러니까 6년째 그의 글을 읽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림 하나로 책을 사게 할 만큼 강렬한 표지만큼 단번에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의 글을 애정하게 된 것은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면서부터다. 슴슴한 맛의 그의 글은 따박따박 논리를 따지면서도 언어적 유희가 있고, 애매한 감정을 적절한 단어를 써서 글로 표현하는 특징이 있었다. 가볍게 툭툭 투덜대듯 들리는 문투도 마음에 들었다. 에세이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책 속의 시들은 당송시와 하이쿠까지 찾아보게 해서 내게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어제 잠들기 전, 북콘서트 참여의 사전 작업으로 김연수 작가의 글들에 대해 자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는지, 인상 갚은 구절이나 부분이 있는지,와 같은 것들이었다.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 중 특히 아끼는 책은 역시 <청춘의 문장들>과 <지지 않는다는 말>,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랑이라니, 선영아> 이렇게 다섯 권이다. 인상 깊은 구절이라면 몇 가지가 있다.
1. <세계의 끝, 여자친구>의 작가의 말
2. 책들의 제목,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우리가 보낸 순간>, <여행할 권리>, <지지 않는다는 말>,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랑이라니, 선영아>
- 그래서 오늘 책 제목을 직접 짓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실패....
3. 평생 최고의 노래만 듣는 방법
등등.... 기억이 안나므로 여기까지만.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그의 글을 읽었을 때 누가 자꾸 나에게 글을 쓰라고 태우는 것만 같은 옆구리의 간지럼을 느낀다. 오늘 매일 조금씩 글을 쓰는 것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끝은 결국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으로 남았다.
이제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짚어 줄 시간.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의욕 과다, 일주일은 자겠지. 암튼 생각보다 꽤 있었다, 읽은 책도 읽을 책도... 20년간 쓴 책이 좀 많아서 전부 다는 읽지 못했을 거라던 김연수 작가의 말을 확인하는 순간.
1. 꾿빠이, 이상
2. 내가 아이였을 때
3. 7번 국도 Revisited
4.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5. 소설가의 일
미은이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았으니 더 바랄게 없다. 여전히 많은 것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고 기뻤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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